내 마지막 더비슈즈는 너야, 구이디 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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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패션에 늦게 관심을 가졌다. 대학교에 첫 걸음을 내딛었을 때 비추는 태양과 약간의 쌀쌀했던 공기 그리고 대학 캠퍼스에 가득한 사람들... 이런 환경 속에서 내 존재를 드러내고 멋도 부리고 싶어졌다. 옷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던터라 접근성이 좋았던 유니클로에 자주 가곤했다. 20살 나의 아웃핏(라이풀,지오다노,유니클로,닥터마틴,지샥)  그 때나 지금이나 스니커즈보다 더비가 좋았다. 유니클로에서 구매한 데님에 스니커즈가 일반적이지만 더비를 신고 싶었다. 그렇게 구매한 닥터마틴 제품은 군대가기 전까지 나의 신발 포지션을 굳건하게 지켰다. 처치스 섀넌 COS 스퀘어토 더비  그 후 10년간 다양한 룩을 착용했었지만 더비를 빼놓을 수는 없었다. 아웃핏에 맞춰 더비의 디자인과 브랜드만 조금씩 변화가 있었을 뿐이다. 그동안 경험했던 더비는 다음과 같다.  Classic - 헤링슈, 헤리티지 리갈, 로크, 처치스  Casual- 닥터마틴, 파라부트, 마르셀  Modern - COS, 마르지엘라, 르메르 시간이 지난 지금 위 슈즈들은 현재의 워드롭으로 착용하기 어려운 슈즈들이 많았다. 아웃핏과 슈즈의 무드와 컨셉이 잘 맞아한다는 나의 생각이다. 따라서 최근 옷장을 정리하며 많은 더비를 처분하고 1족만 구매하였는데 바로 구이디 992다.  미니멀한 디테일에 독특한 질감의 말가죽 가공은 인벤티브(inventive) 요소를 좋아하는 나를 자극시켰다. 불타는 나의 마음을 안고 구이디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았지만 정보가 많이 부족하였다. 구글링 하는 도중 하비스트 인터뷰를 통해 그들의 가치관을 엿볼 수 있었는데 이걸 보고 결심했다. 약 100만원을 상당의 호가이지만 내 눈에 방해될 것은 없었다. "그래! 이녀석이야!"  하비스트 인터뷰 https://hypebeast.com/2020/10/guidi-tannery-leather-factory-history-family-interview   클래식한 룩 ...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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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도 마리에 -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  최근 넷플릭스에서 미니멀리즘 - 비우는사람들과 더불어 재밌게 시청한 작품이다. 곤도 마리에님은 자신만의 정리법을 기반으로 사람들에게 정리를 통해 얻는 기쁨들을 나눠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철학을 들여다보니 뜻이 깊은 메시지도 담고 있어 매우 영감을 받았었다. 그리고 비움을 통해 얻는 기쁨을 나눠주고자 콘텐츠를 기획하였다.   친한 친구인 박찬 집으로 찾아가 콘텐츠를 진행하였다. 찬이는 실내 인테리어 디자이너로서 일을 하고 있다. 운동을 취미로 하고 있어 활동적이고 편안한 옷들을 좋아해 후드와 스웻셔츠가 주를 이루었다. 그의 라이프스타일과 지향하는 패션에 맞춰 정리를 도와주기로했다.  생각보다 정리되어 있어 조금 실망스러웠다(?) 드라마틱한 효과를 내기엔 어렵지만 진행해도록 하자. 곤도 마리에님의 정리법을 참고하여 적용해보았다. 1 STEP : 모든 옷을 꺼내 산더미처럼 만든다.  - 나의 옷이 얼마나 많은지 한눈에 볼 수 있으며, 정리를 쉽게 도와준다. 2 STEP : 3가지 방법으로 나누어 정리를 한다.  (1)버린다.  - 내가 잘 입어서 너무 낡았거나 가치가 없는 옷들이 해당된다.  - 간혹 구분이 어렵다면 결정이 쉬운 옷부터 진행하는 것이 좋다.   - 이 과정을 통해 내가 어떤 옷을 잘 입어서 낡았는지 어떤 옷을 잘 입지 않고 판매하기도 어려운 옷은 어떤 것인지 확인할 수 있다. 즉 옷에 대한 가치를 탐구할 수 있다.  (2)판매하거나 기부한다.  - 가치가 있는 제품은 다른 이에게 전달되어 또다른 가치가 되어준다.  - 최근 중고로 판매할 수 있는 매체들(중고나라,번개장터,당근마켓 등)이 많아졌다. 개인적으로 더욱 활성화 되서 이미 생산된 제품을 더욱 잘 활용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3)보관한다.  - 내가 잘 입고 있는 옷들은 고스란히 보관한다.  - 종류별로 정리하고 잘...

가치를 전달하는 플리마켓 그리고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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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니멀리스트'로 살아가기란 쉽지 않다. 우리는 쏟아지는 정보와 물건들 사이에 살아가고 있다. 다가온 블랙프라이데이. 메일에 각종 할인 정보들이 가득할 것이며, 눈 깜짝할 사이에 결제하고 있는 모습들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나 역시 가격이 저렴하다는 이유로 많은 물건들을 구매했다. 그 찬란한 유산은 신발에서 찾아볼 수 있다. 불필요하게 쌓여 있던 나의 슈즈들  지난 과거를 돌아보는 순간, 필요 이상의 많은 소비를 했다고 생각이 들었다. 사실 같은 더비 슈즈의 카테고리이지만 클래식, 캐쥬얼, 재패니스, 미니멀 등 각각의 무드에 맞게 착용하였다. 그리고 필요 하지 않지만 가격이 저렴하다는 이유로 구매한 것들로 신발장을 채우고 있었다. 나는 그것들을 정리하기로 했다. 한 제품으로도 다양한 스타일링이 가능하고, 오래 착용할 수 있는 더비만 간직하기로했다. Guidi 992  내가 선택한 제품은 바로 구이디 992. 정제되지 않고 거친 느낌의 슈즈이지만 편안하면서도 그들만의 독특한 멋이 깃들어 있다. 미니멀하고 모던한 스타일을 추구하는 나에겐 어쩌면 거친 슈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방향을 조금 틀어 생각해보았다. 오히려 거친 느낌을 더한다면 독특한 무드를 연출할수 있지 않을까?  내가 생각했던대로 독특한 무드를 만들어줄 뿐만아니라 다양한 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었다. '그래 이거라면 다른 것들은 필요하지 않겠다.'라는 생각이 굳건해졌고, 정 들었던 나의 물건들을 플리마켓에 내놓았다. 나에겐 더이상 필요하지 않은 물건은 곧 가치가 없는 물건이다. 하지만 그것들을 필요로 하는 분들에겐 큰 가치가 되어줄 수 있다. 버려지는 것이 아닌 순환이다. 나는 사람들이 가치를 알아봐주는 것에 대해 감사했고, 가치를 전달하는 것에 대해 굉장히 즐거웠다. 스스로 가치를 찾고 느끼는 것과 다른 즐거움이였다.  그러나 쉽지 않는 것들이 많았다. 우선 약 90건에 물량을 처리해야 했다. 업무가 너무 많아 주말 내내 작업에 열중했으며, 보통 ...

이야기가 깃든 물건을 판매하는 공간, sou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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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미니멀리즘을 실천하며 버려지는 물건들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패스트 패션을 지향하는 것들, 유행이 지나면 입을 수 없거나 내구성이 좋지 않았다.  판매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타인 또한 가치가 없다고 느끼기에 그것들은 버려질 뿐이다.  남아있는 옷들은 만듦새가 좋거나 정체성이 잘 담겨 있는 하나의 작품같다.  자주 입고 쉽게 질리지 않았으며, 나의 시야를 벗어날 때는 판매할 수 있다. second-hand   not new; having been used in the past by someone  else : 출처 : dictionary.cambridge.org/  세컨 - 핸드  새 것이 아닌 , 다른 사람이 이전에 사용했던 제품  나는 세컨 - 핸드 스토어를 찾아보았고   마침내 마음에 드는 곳을 발견했다 .  이태원역 부근에 위치한 soui,  그 곳이 마음에 들어 취재를 요청했고 흔쾌히 협조해주셨다 .  큐레이터 김현지님과 서균석님 , 두 분께서 공동으로 운영하고 계신다 .  Q. 스토어 소개 부탁드립니다.   A.  soui 는   포토그래퍼인   균석님과   함께   하고   있는   빈티지샵이에요 .  집이라는   컨셉을   가지고 의류부터   오브제까지   판매하는 공간입니다 .  담백하게   얘기하자면   취향을   나누고 ,  전하고   싶은   샵입니다 .  Q. 스토어를 운영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  A.  똑같이   입는   게   싫었어요 .   패션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