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를 전달하는 플리마켓 그리고 이야기

 '미니멀리스트'로 살아가기란 쉽지 않다.

우리는 쏟아지는 정보와 물건들 사이에 살아가고 있다. 다가온 블랙프라이데이. 메일에 각종 할인 정보들이 가득할 것이며, 눈 깜짝할 사이에 결제하고 있는 모습들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나 역시 가격이 저렴하다는 이유로 많은 물건들을 구매했다. 그 찬란한 유산은 신발에서 찾아볼 수 있다.

불필요하게 쌓여 있던 나의 슈즈들

 지난 과거를 돌아보는 순간, 필요 이상의 많은 소비를 했다고 생각이 들었다. 사실 같은 더비 슈즈의 카테고리이지만 클래식, 캐쥬얼, 재패니스, 미니멀 등 각각의 무드에 맞게 착용하였다. 그리고 필요 하지 않지만 가격이 저렴하다는 이유로 구매한 것들로 신발장을 채우고 있었다. 나는 그것들을 정리하기로 했다. 한 제품으로도 다양한 스타일링이 가능하고, 오래 착용할 수 있는 더비만 간직하기로했다.

Guidi 992


 내가 선택한 제품은 바로 구이디 992. 정제되지 않고 거친 느낌의 슈즈이지만 편안하면서도 그들만의 독특한 멋이 깃들어 있다. 미니멀하고 모던한 스타일을 추구하는 나에겐 어쩌면 거친 슈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방향을 조금 틀어 생각해보았다. 오히려 거친 느낌을 더한다면 독특한 무드를 연출할수 있지 않을까?



 내가 생각했던대로 독특한 무드를 만들어줄 뿐만아니라 다양한 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었다. '그래 이거라면 다른 것들은 필요하지 않겠다.'라는 생각이 굳건해졌고, 정 들었던 나의 물건들을 플리마켓에 내놓았다. 나에겐 더이상 필요하지 않은 물건은 곧 가치가 없는 물건이다. 하지만 그것들을 필요로 하는 분들에겐 큰 가치가 되어줄 수 있다. 버려지는 것이 아닌 순환이다. 나는 사람들이 가치를 알아봐주는 것에 대해 감사했고, 가치를 전달하는 것에 대해 굉장히 즐거웠다. 스스로 가치를 찾고 느끼는 것과 다른 즐거움이였다.


 그러나 쉽지 않는 것들이 많았다. 우선 약 90건에 물량을 처리해야 했다. 업무가 너무 많아 주말 내내 작업에 열중했으며, 보통 첫 끼니를 오후3-4시에 때우는 것은 십상이다. 게다가 최대한 재활용이 가능한 친환경 제품들을 사용하려고 준비했던 것들이 말썽이였다. 종이 테이프는 접착성이 좋지 않았고, 패킹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겨 몇몇 제품들은 비닐을 사용할 수 밖에 없었다. 개인적으로 아쉬운 것들이 많았지만 개선하며 나아갈 것이다.



 

그렇게 혼자 우체국에 짐을 싣고 나르며 운송장 또한 우체국 직원과 수작업으로 진행했다. 종일 우체국에서 시간을 보내다 일을 마치고 나니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마음 속으론 '2번 다시 안해야겠다.'라는 생각도 했지만 전달되는 가치를 생각하며 억눌렀다. 



 다행히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셨고 나 역시 감사드린다. 많이 부족했지만 받는 모든 분에게 감사를 표하며, 오래오래 잘 착용하셨으면 좋겠다. 이번 경험은 가치를 전달하는 것이 나에겐 정말 재밌고 소중하다는 것을 알게해주었다. 

 이제 옷장을 열면 빈 공간에 몇몇 제품들만 걸려있다. 그러나 나의 마음이 공허하기 보단 풍성하다. 내가 좋아하는 옷들로 가득차있기에 매일 아침 옷을 고르는데 기분 좋은 시간들을 보낸다. 내가 느낀 그 감정들 또한 나누고 싶다. 옷에 대한 기쁨.

댓글

  1. 실제로 상자들을 보니 고생많이 하셨을거같습니다 ㄷㄷ
    수고하셨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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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감사합니다 정인님! 코로나여서 온라인이였지만 구독자분들과 소통해서 즐거운 시간이였습니다 :) 다음에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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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진짜 고생많으셨습니다 ㅠㅠ
    저도 최근에 저번 철님 라이브 방송보고 한번 옷정리를 싹했는데, 버리는 옷만 50벌 가까이 되더라구요..
    그런데도 아직도 옷장이 많이 차있고.. 입을옷은 없고.. 예쁜옷은 많고..
    저번주 플리마켓도 노렸지만 하나도 못건지고.. ㅋㅋㅋㅋ
    어쨋든 이번을 계기로 앞으로의 활동 더 기대많이 하고 철님의 좋은영향 받을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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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댓글이 많이 늦었네요😂 상현님 잘지내시는지요. 옷장에 많은 옷들이 잠들어있었네요. 조금의 생각의 변화로 소비패턴이 변하고 계획적인 소비함으로써 만족감 높은 쇼핑을 할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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